주로 연성빵 듀얼로 썼던 거...ㅡv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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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 님/리리에바
안경은 의외로 작았고, 가벼웠으며, 긁힌 자국이 가득했다. 조금만 힘을 줘도 그대로 우그러질 것 같았다. 안경을 마주 보듯 얼굴에 들이밀자 에바리스트가 입을 열었다.
"돌려주세요. 안 보입니다."
저 녀석이 무언가 요구하는 말을 듣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금만 더 노닥거려볼까, 하고 듣지 못한 척-물론 통할 리가 없다- 했더니 눈을 한층 더 가늘게 뜬다. 미간에 주름이 졌다. 검지로 꾹 눌렀더니 손을 쳐낸다.
"프리드리히."
"신기해서."
"뭐가 말입니까."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기 시작한다. 이놈 보게.
"별로 쓰는 사람이 없거든.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나 가끔 보나."
그래서 뭘 어쩌라고, 싶은 표정이 돌아왔다. 나이에 비해서 어른스럽다고는 하지만 그게 성격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굳이 따지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빈말로라도 에바리스트의 성격이 곱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일이었다. 그래도 보는 눈이 있으면 좀 얌전히 있으려 하더만. 때와 장소는 가릴 줄 아니 다행인가.
"불편하지 않아?"
"익숙합니다. 안 보이는 게 불편하죠."
"그런 것치고는 침착하던데."
언제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냥 알 수 있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한두 가지도 아니다. 왜, 인지도 대라면 댈 수 있다. 편하다면 편하겠지만 가끔은 말을 하기도, 하지 않기도 뻘쭘한 상황이 온다. 살짝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안경을 씌워줬다.
"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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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 님/군견조
군인인 이상 부상은 피할 수 없다. 직업 재해라고 하면 될까. 크건 작건 한 번도 다쳐보지 않은 군인 따위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좀 심했다.
이게 누구 책임인가, 하면 정비병부터다. 기계말의 관절에 뭔가 이상이 있었다고 했다. 일찌감치 주저앉았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한창 전장을 누비는데 다리가 부러지다시피 하며 고꾸라졌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제대로 된 착지는 꿈도 꾸지 못했다. 낙마해서 목이 부러지는 바보스러운 꼴은 면했지만 대신 어깨가 빠졌다. 온몸으로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쯤 제정신이 아닌 채로 검부터 들었다. 그냥 있으면 죽는다, 이렇게는 안 된다- 는 생각만 수백 수천 번 반복했던 것 같다.
오래간만의 실수였고, 오래간만의 중상이었다. 이래서야 얼간이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막사 천장이 이리저리 돌았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열 때문이다. 뭘 깔고 뭘 덮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누운 자리에 여기저기 흩어진 통증이 아니었다면 몸이 있는지 없는지도 분간을 못 했을 뻔했다.
"아이자크."
시야 끄트머리에 걸린 금색 얼룩에 까만 부분이 생겼다. 이쪽을 돌아본 것 같다.
"뭘 하는 거냐."
아래쪽에서 불쑥 덩어리가 올라왔다. 뭔가 들어 올린 것 같은데. 자세히 보려다가 눈 뒤에서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짜릿한 느낌이 번져와 포기했다.
"취미생활."
아이자크-의 어깨일 덩어리-가 움직였다. 아니, 움직인 것 같았다. 안경을 벗었다고는 해도 이만큼 시야가 흐린 건 정상이 아니다. 짜증이 기어 올라왔다.
"거의 끝났어."
까만 부분이 다시 사라졌다. 그런 대답을 원했던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텐데. 하지만 아이자크는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지났을까. 부스럭대는 소리가 멈췄다.
"에바."
"왜."
"넘어지지 마라."
그런 건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안다, 고 쏘아줄까 했다가 그만뒀다.
아이자크가 막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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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연성빵 듀얼 패배~
이 아래로는 환영성 보스맵 실패해서 A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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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님/리리자크리리(군견조한테 술 가르치는 리리)
처음 마신 술은 어딘지 시큼하고, 묘하게 달큰하고 텁텁하기도 했으며, 썼다. 목구멍에서 코끝까지 화끈거리는 느낌이 퍼졌다. 낯을 찌푸리자 프리드리히가 피식 웃었다.
"아직 애구나?"
그래도 좀 컸나 했는데. 아니아니, 확실히 덜 크기는 했다. 내가 너희 나이였을 땐 훨씬 컸다? 너 이러다 키 더 안 크면 어쩌냐.
얼굴에 술잔을 던져버리고 싶다. 찔리고 또 찔려도 매번 아픈 구석이라는 게 있다. 구겨진 표정으로 바라보자 프리드리히가 짐짓 정색했다. 그렇게 입에 안 맞냐. 그게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쪽도 그건 안다. 빤히 알고도 저러는 거다. 그렇게 재미있나. 훈련 때에는 가차없는 사람이 이럴 때만 꼬박꼬박 애 취급이다.
"써요."
잔을 내밀었더니 냉큼 받아간다. 바로 비우나 했더니 그건 또 아니다. 이쪽을 빤히 바라보더니 입을 연다.
아이자크, 이건 꼭 기억해둬라. 원래 술은 맛있어야 하는 거야. 오늘은 달이 밝다거나, 바람이 좋다거나, 좋은 사람을 만났다거나. 뭐 그런 사소한 이유로도 말이야. 그게 아니라면 어딘가 이상한 거야.
"-라고 했었어."
프리드리히가? 응, 프리드리히가.
하늘이 높고, 달도 밝고, 바람도 적당히 분다. 당장 급한 일도 없다. 적당히 운치 있고 적당히 편안한, 술 마시기에는 딱 좋은 날이다-라고 평가했을 것 같다. 그 남자라면.
빈 잔을 채우고 병을 들어 보이자 에바가 제 잔을 비운다. 너 무리하는 거 아니냐, 라고 했더니 첨잔은 주도가 아니다, 하고 대답한다. 묘한 부분에서 꼬장꼬장한 놈 같으니.
"그래서, 지금은 어때?"
잔을 기울이며 생각한다. 글쎄.
"피 맛이 나는데."
잠깐 생각하고는 덧붙인다. 하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지, 에바.
그래, 아이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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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 님/군견조/왠지 멘탈이 보노보노해서 에바를 죽였긔...
오타 냈긔 그랬긔 나중에 보고 부끄러워서 쥬금
누가 말했던가. 영웅은 적당한 때 죽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영웅으로 죽거나 타락할 정도로 오래 살아남거나 둘 중 하나라고. 턱도 없는 소리다. 죽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네가 말했지. 어떤 추억이라도, 패자가 되면 물거품처럼 사라진다고. 그리고 죽음처럼 큰 패배는 없다. 승자라는 건 마지막까지 서 있는 사람을 말하는 거라고, 너도 나도 동의했다.
젊은 영웅이니 뭐니, 되도 않는 이야기를 붙여가며 추켜세우던 치들이 있던 것은 맞다. 주변에는 언제나 너를 무언가의 상징으로 보고, 자신들이 상상하는 모습을 기대하던 얼간이들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건 짜증스럽고 까다로운 일이었지만 너는 용케도 균형을 맞춰가며 모범적인 그란데레니아 제국의 기사를 연기했다. 그러니까 그놈들에게 너는 영웅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국장을 성대하게 치르면서도 실감은 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성대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너무 요란했고 너무 거창했다. 제멋대로 꾸며낸 이상이 무너졌다고 슬퍼하는 것들만 가득했다. 너 때문에 모였을 텐데 정작 중요한 네가 없었다.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을지도 잘 모르겠다. 이상한 꼴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으니까.
돌아와서, 네 군화를 보았다.
네 군화는 유독 뒤축이 빨리 닳았다. 그렇게 험하게 신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런 꼴이냐고 물어본 적이 몇 번 있었다. 너는 매번 잘 모르겠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닷새 전이었던가. 슬슬 새 군화가 필요하겠다고 했더니 알아서 처리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바깥쪽에 길게 긁힌 자국이 있었다. 이건 어떻게 하지도 못하겠다 싶어서 짜증이 났었다. 그 자국 하나만 빼면, 정말 완벽할 정도로 깔끔하게 손질된 군화다. 내가 손질해둔 그대로였다.
이제 다시는 더러워지지 않을 물건이다. 위에 먼지가 앉을 일만 남았다.
신을 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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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 님/베른한테 공손한 자끄
...인데 쓰다가 끊음.
그림자 세계는 이상한 곳이다. 아이자크를 만나고, 프리드리히를 만나고, 기억을 조금씩 되찾아가면서도 매번 놀랄 일이 끊이지 않는다. 죽은 자가 멀쩡히 돌아다니는 세계가 어떻게 이상하지 않겠느냐마는, 그래도 이건 지나치다. 그림자 세계를 만들었다는 화염의 성녀는 대단한 악취미가 분명하다.
드물게 당황한 표정의 베른하드를 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여전히 컸다. 예전만큼 차이가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눈을 마주하려면 티가 날 정도로 고개를 들어야 했다. 프리드리히와 같은 키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건만, 왠지 몇 배로 어색했다. 키 차이가 줄어든 대신 거리감이 늘어난 것 같았다.
아이자크는 더했다. 입을 다물고 곧게 앉아만 있을 뿐이었다. 자신과 프리드리히가 가깝다면 가깝게 지내던 것과는 달리, 아이자크와 베른하드는 마주칠 기회부터가 그리 많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나마 쌓인 관계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끔찍하게 어색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데 익숙함과 호감을 느끼는 상황이라는 것은. 아니, 호감부터가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제국군에 몸을 담은 뒤로는 호감 같은 것이 섞인 관계를 맺었던 적이 없다. 아직까지는 기억하는 것보다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많지만,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 과거, 그것도 한참 뒤에 남겨두고 온 것과 마주치게 되면 누구라야 당황하지 않을까. 예전에 서로를 어떻게 대했는지조차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 상황에 제대로 된 대화가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결국 몇 번의 지리멸렬한 시도 끝에 죽을 것만 같은 정적이 자리 잡았다.
이쪽은 변했고, 저쪽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것을 상대는 알지 못한다. 그 차이를 메꾸려고 해도, 구멍이 숭숭 뚫린 기억으로는 설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답답함에 숨통이 막혀왔다. 차라리 지시자라도 끼어들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즈음에 아이자크가 입을 열었다.
"베른하드. 저는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