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혼을 살라 썰을 풀었던 파생 캐릭터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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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 드디어 경시님이라는 호칭이 입에 붙어 제목을 바꾸러 온 것이다.
경감님이라고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은 경감이 아니라 경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우스이도 경시거든. 이 자리를 빌어 우스이와 이시가키의 직위를 알려준 토도로키에게 심심한 감사를.
조금 진지돋게 가자면, 국1에 합격하면 우선 경부보(경위)가 되고, 연수기간 중에 전원 경부(경감), 27세에는 경시(총경), 33~35세 사이에 경시정(경무관), 그리고 40대 초중반에 캐리어 전원 경시장(치안감)이 되는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경시는 논캐리어의 실질적 한계선이기도 하고, 경찰서 과장 내지는 지방청 계장급...이라는데 우리는 경시청 수사1과 얘기를 하고 있잖아? 경시청에서 어디쯤 가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유능 돋는 사람이라는 건 김사실.
하지만 난 아마 계속 경감님이라고 부르겠지. 요태까지도 그래와꼬 아패로도 계소크...
사소한 차이들.
경감님은 형사님보다 자세가 좋다. 압도적으로 좋다.
경감님은 형사님보다 몸무게가 조금 더 나간다. 사실은 이쪽이 정상이다. 형사님은 피골이 상접한 몸매일 수밖에 없는 체중이다. 그 키에 그 근육인데 그 몸무게라면 갈비뼈로 기타도 칠 수 있다.
경감님은 형사님보다 목소리가 높다. 약간...이 아니라 제법이겠다. 형사님 : 경감님 = 플스 게임 : 드라마시디 정도로. 원래 담배를 피우면 목소리가 낮아진다.
경감님은 형사님보다 혈압도 좀 높다. 아침에도 곧잘 일어난다.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정상 범위에서 조금 낮은 정도다. 규칙적으로 건강하게 살면 몸도 부응해주기 마련이다.
이쪽은 우스이와 정말 잘 지낼 것 같다. 웃고 농담하고 밥 먹으러 다니고.
잔소리도 정말 사소한 일로만 듣지 싶다. 그리고 그나마도 진심으로 하는 잔소리는 아니겠지. 그냥 하고 웃고 넘기는 일상 회화 수준이 아닐까...잔소리 하는 우스이도 듣는 사사즈카도 딱 고칠 필요가 있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 할거고.
그런데 왜 주고받느냐면, 없으면 뭔가 허전하고 섭섭하니까.
대학생 때도 꼬박꼬박 피우던 담배를 끊은 건 피울 이유가 없어서. 따로 묻어두고 연기로 날려보낼 일이 없었을 테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끊었다기보다는 점점 담배가 줄다가 어느 순간엔가 어라, 나 담배 마지막으로 언제 피웠더라? 류. 알아차렸을 땐 그래서 우스이 잔소리가 줄었구나, 하고 괜히 피식 웃었을 것 같다.
뻘하게 덧붙이자면 왠지 여행을 가도 자연스럽게 동네 맛집을 찾아갈 것 같음.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곳 말고.
경감-형사의 관계.
경감에게 있어서 형사는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감이 형사를 무서워한다, 이런 건 아니고. 저런 사사즈카 에이시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두려웠을 거다. 내가 망가진 모습을 본다는 게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데.
경감에게 형사는 사사즈카 에이시의 최악의 가능성이다. 내가 한 발짝만 엇디뎠다면 저런 모습일 거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겠지. 그래서 도저히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었을 테고. 억지로라도 챙겨주고 끌고 다니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 있어 주려고 하겠지. 물론 그런다고 뭔가가 크게 바뀐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고, 경감이라고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런 기대를 하기엔 너무 자신을 잘 아는 남자라서.
사사즈카 에이시의...뭐래야 하나. 사사즈카 에이시를 무너트린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적어도 사사즈카 에이시 본인에게 있어서는 그렇다. 그걸 어떻게든 마무리 짓지 않으면 계속 조금씩 더 망가져 가기만 할 거다. 속으로 계속 곪아가고 있으니까. 치료 그런 건 원인을 잡은 다음의 일이고요. 그전에는 개선은커녕 완전히 무너지지도 못할 사람이다.
그래서 경감이 하려는 일이 뭐냐, 악화를 막는 일입니다. 원인을 잡아낸 다음에도 무너지지 않게. 무언가 남은 것이 있게. 자기자신을 구원하는 일이나 마찬가지겠지. 정말 순수하게 애정을 쏟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형사에게 있어서 경감은...애매하네.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 것 같다. 나잖아. 내가 될 수 있었을 모습. 내가 뺏긴 가능성. 내가 잃은 것들의 상징.
부러운 것이 당연하고, 부러우면 상대적으로 비참하지. 그러니까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 거다. 의식적으로 멀리했던 것들이 쏟아져나올 것 같아서. 하나가 녹기 시작하면 다른 것들도 녹아내리게 되고 결국 모조리 풀리게 되거든.
그렇다고 경감을 꺼리느냐면 그건 또 아니겠지. 처음엔 좀 꺼렸겠지만. 아마 거리를 좀 두려고 했다가 경감이 급접근하고, 결국 장렬하게 실패하지 않았을까. 쳐내기 어려운 사람이니까...깊이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말하지 않고 기댈 수 있는 상대일 것이고, 그러면서도 가장 밑바닥은 보이기 싫은 상대이기도 하겠지. 망가진 속내는 보면 본 사람도 망가지기 마련이다. 그것만은 절대로 싫겠지.
그리고 아마 그게 제일 싫고 무서울 거다. 없어도 괜찮다는 거.
그렇게 좋아하고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사실은 없어도 죽지 않아.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고, 조금 쓸쓸하고 우울하기는 해도 별로 아프지는 않을 거야. 사실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연한 게 싫고 무서울 정도로 좋아. 자기애 오버플로우든 뭐든 상관없는데, 좋아한다고. 사실 그래서 저 사사즈카 에이시가 무섭기도 하겠지.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깊숙이 파고들었을까 싶어서. 잃는다는 것보다 잃었는데 계속 아프지 않고 나아질 거라는 게 싫고 무서운 건 좀 심각한 일이잖아?
좀 분발해서 조사해봤습니다. 경감님은 국1 출신 캐리어니까...사실은 경감님이 아니지만.
한국에는 순경 이상 경찰관이 11계급+의무경찰, 일본은 10계급으로 대개 경정을 빼고 대응시킨다고 함. 고로 경정 삭제.
우선 국가 1종 고시 합격자들인 캐리어는 경부보(경위)에서 시작. 갓 대졸, 즉 22~23세가 대부분.
그 뒤 경찰대학교에서 6개월에 걸쳐 초임간부과 교양과정이 있고, 9개월간 관할서에 견습 직원으로 배속. 현장 연수를 끝낸 뒤 전원 경부(경감)가 됨. 이때가 24세가량.
직후 1개월간 경찰대학교에서 보충교육. 그 뒤 2년간 경시청에서 근무. 다시 1개월간 경찰대학교에서 보충교육.
이즈음 전원 경시(총경). 27세.
그 뒤 짧으면 2~3년 단위로 전근을 다니며 지방 순회.
33~35세 무렵에는 경시정(경무관), 40대 초중반에 경시장(치안감), 50대 초반에는 대부분이 경시감(치안정감)이 된다고.
이 뒤로는 캐리어끼리도 피터지는 줄서기와 승진 전쟁이 있다고 함.
교토대는 100명의 우수한 학생을 입학시켜 1명의 천재와 99명의 폐인을 양성한다고. 경시님이야 1명 쪽에 들어가겠지...이하 엔하위키에서 발췌.
경시님이랑 형사님이 동거하게 된 건 형사님 집에 불이 나서. 부엌 쪽 배선이 꼬여서 부엌 중심으로 반소.
아니 이것보다 일단...경시님이 고향 쪽으로 전근 갔다가 경시청으로 귀환해서 만나게 된 거.
같은 캐리어니까 우스이나 츠쿠시랑은 안면을 텄던 사이. 우스이가 엄청난 반응을 보였었다고.
경시 되기 전에 경시청에서 2년 근무할 때 만날 수도 있었...나?
형사님은 일단 잠적이 1년이었으니 23번째 생일 조금 전의 4월에 돌아왔을 테고, 신청기간이 있으니 아마 가을에 시험을 쳤겠지. 최종 합격 발표는 12월이고, 기숙사에서 굴러야 하는 반년을 고려한다면 수사 1과로 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일러도 24세 조금 넘어서. 그러면 경시님은 25 좀 넘긴 상태. 경시청에서 1년 정도 근무했고 1년 정도 남은 시기니까 만나려면 만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실 분들은 아시는 사사즈카 에이시의 파생 캐릭터입니다.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E모 님과 함께 풀었던 썰입니다.
덕분에 한동안 경감님 어머님이라는 황송한 호칭을 듣고 살았습니다.
10년 전의 그 사건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누구나 한번은 해보았을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