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날 때마다 덧글로.
히구치는 사사즈카를 경계했었다. 축이 꺾인 사람 특유의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자신이 숨기려고 하는 것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느꼈다.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자신은 그렇게 깊이 들여다볼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매우 불쾌했다.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굳이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나불대지는 않을 사람이라는 점을 위안 삼기로 했다.
히구치는 사사즈카가 자신에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는 자신에게 아무 기대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히구치는 사사즈카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내심 의지하고 있다.
그런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조금 짜증이 난다.
사사즈카는 히구치를 처음 만났을 때, 속에 묻어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굳이 알아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먼저 내보이지 않는 것을 헤집어볼 생각은 없다.
사사즈카는 히구치가 자신을 경계한다는 것을 느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필요 이상으로 다가오거나 간섭하는 것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사사즈카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히구치도 예외는 아니다.
사사즈카는 히구치가 지금 이상으로 심각하게 망가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결정타를 먹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드러내고 드러내지 않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것은 사사즈카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대학생 시절.
셋 중 가장 멀쩡하게 연애를 했던 것은 츠쿠시다. 평범하게 고백을 받고, 평범하게 잘 사귀다가 평범하게 이별했다. 헤어진 후에도 친구처럼 잘 지내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감탄했다.
사사즈카는 고백도 이별 선언도 듣는 쪽이었다. 그가 사귄 여자친구들은 대부분 미안해서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너는 내게 과분한 사람이라며 이별 선언을 했다. 사사즈카는 그러려니 했다.
우스이는 마음이 있는 여학생을 장기로 철저하게 밟아버린 후에 패배 원인을 조목조목 따져주었다. 그리고 그 여학생은 츠쿠시에게 고백했다(소설판 기준). 우스이의 연정은 대부분 비슷한 식으로 결말을 맺었다.
우스이는 사사즈카를 이기적인 놈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시절부터 그랬다.
그가 보기에 사사즈카는 제대로 된 배려라는 걸 할 줄 모르는 놈이었다. 특히 협동성이 꽝이었다. 잘난 놈이라서 그런지 도통 남에게 의지할 줄을 몰랐다. 의견을 구하기는 했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제 할 일은 물론이고 남이 할 일까지 도맡아서 해결해버리고는 했다. 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자기가 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서 그랬단다. 이놈을 패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츠쿠시가 들어온 후에는 조금 나아졌다. 사사즈카가 생각을 고쳐먹어서가 아니라 츠쿠시도 잘난 놈이었기 때문이다.
우스이는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된다며 계속 사사즈카를 쪼아댔다.
우스이는 사사즈카에게 의지하지 않는다.
자존심 때문이 아니다. 사사즈카를 완전히 포기해버리는 것 같아서 그렇다.
서른 넘어서도 남에게 기댈 줄 모르는 놈에게 기대는 건 넌 원래 그런 놈이다, 고쳐지지도 않을 거다, 난 너를 포기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스이는 계속 잔소리를 했다. 친구니까.
우스이는 사사즈카가 그런 성격이 되었던 건 저만큼 잘난 놈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사사즈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10년 전의 그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쯤은 사사즈카도 남에게 기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사즈카는 우스이가 잔소리를 하는 것이 싫지 않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고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일들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익숙해지는 데는 의외로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곧 우스이의 잔소리가 없으면 뭔가 허전할 정도가 되었다.
지금의 사사즈카에게 우스이의 잔소리는 일상이다. 과거의.
우스이의 잔소리를 들으며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사사즈카는 우스이를 만나고 제법 변했었다. 알아차린 사람은 별로 없지만.
조금 느슨해졌고, 조금 더 열어 보이게 되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닫혔다.
이 정도로 깊이 간섭하려는 것을 내버려둔 것은 우스이가 처음이다.
사사즈카는 교통수단과 관련된 사고를 많이 겪은 편이다. 딱히 주의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의 사고는 신호를 무시했기 때문이지만.)
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 차에 치였고(소설판), 18살에는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원작). 두 번 다 다리를 부러트려 먹었고, 두 번 다 마모리에게 엄청나게 혼이 났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가벼운 접촉 사고가 몇 번 있었다. 걷다가/오토바이를 타다가 들이박혔다. 별로 다치지는 않았지만 우스이에게 혼났다.
남미에서는 오토바이가 혹사당한 나머지 몇 번 고장 나기는 했지만 정작 사고는 없었다. 그 이후로도 거의.
츠쿠시는 사사즈카가 여러 겹의 벽을 쌓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우스이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가까이 있었지만 그래도 벽은 벽이다. 지금은 훨씬 두껍다. 섭섭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사즈카가 숨기고 싶어한다면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와는 별개로, 사사즈카가 벽 안으로 들일 수 있는 사람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츠쿠시는 10년 전, 사사즈카를 찾아갔다가 매우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까지 흐트러진 사사즈카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슬펐다. 그런 상황에서도 사사즈카는 제 속으로 파고들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화도 났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츠쿠시는 가끔 10년 전 그 일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 보고는 한다.
결과물은 대학생 시절에 했던 상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사즈카의 모습을 떠올리는 데는 예전보다 시간이 걸린다.
우울하다.
사사즈카는 중학교 때만 해도 반에서 중간쯤 가는 키였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확 컸다. 특히 2학년 때에는 넉넉잡아서 10cm쯤 컸다. 갑자기 큰 키에 적응하지 못해 한참을 구부정한 자세로 보내야 했다. 성장통도 혹독하게 겪었다. 밤중에 무릎이 쑤셔서 깼던 적도 있다. 무릎을 부여잡고 끙끙대다 그냥 잤다.
츠쿠시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걸쳐 꾸준히 컸다. 그는 언제나 키가 큰 편이었다. 성장통도 거의 없었다. 가족 내력이다. 축복받았다. 대학교 2학년 여름에 우스이 아버지의 벤츠를 타고 사사즈카와 죽치다가(소설판) 키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츠쿠시가 사사즈카의 부러움 섞인 시선을 받은 것은 그게 처음이었다.
우스이는 항상 작았다. 그의 성장기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장난 같을 정도로 짧았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고, 눈 깜짝할 사이에 떠났다. 당연하지만 성장통이 있었을 리가 없다. 깨달았을 때엔 이미 늦었다.
우스이는 자신이 사사즈카에게 했던 말들을 잊지 못했다. 뱉은 순간 후회했고, 사사즈카가 잠적한 뒤에는 더욱 후회했으며, 10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사사즈카가 그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깊은 빡침을 느끼고 있다. 차라리 멱살이라도 잡고 화를 내줬으면 속이 시원할 것 같다.
사사즈카는 우스이가 했던 말들을 잊지 않았다. 속에 뭐가 맺혀서는 아니다. 변함 없는 모습에 안심을 했으면 모를까. 그는 우스이가 원래 그런 부분에 대단히 서툰 면이 있다는 것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우스이는 계속 속앓이를 하고 있다.
츠쿠시는 저 둘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안다.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
일단 사무실.
네우로
-> 너는 이로시즈쿠 콘페키입니다. 빼도 박도 못한다. 짤없이 콘페키. 이런 생파랑 나는 더 몰라...
설명 필요 없고 진짜 그냥 아 네우로...싶은 생파랑입니다.
사실 제이허빈 에끌라 드 사피르도 쌩!!!파랑이지만 제이허빈은 묽고 이로시즈쿠는 쫀득거리니까 이로시즈쿠.
야코
-> 제이허빈 부통 도르. 미나리아재비.
진짜 딱 야코 느낌 나는 혜쁜 노랑. 따슨 노란색인데 써놓으면 잘 보인다는 게 싱기방기.
제이허빈이 많이 묽은 편이고, 부통 도르도 예외는 아니라서 거의 물처럼 묽음. 대신 농담도 잘 돌고 흐름도 아주 좋아서 필기감은...Hㅏ...너무 세필만 아니면 슉 미끄러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음.
다시 말하자면 내 만년필에게 상냥한 잉크라서 야코.
아카네
-> 이름 때문에 자꾸 빨간 잉크 생각이 나는데 그건 영...
제이허빈 루이에 당크르 생각도 해봤는데 그건 너무 얌전하고 차분해서 기각.
이로시즈쿠 츠츠지나 세일러 신상 피셰가 어울릴 듯. 츠츠지보다는 피셰. 아카네는! 소녀니까!!!
세일러 신상은 시필 해본 적이 없는데 세일러야 원래 전반적으로 필기감이 좋으니까 걱정 없음. 아카네는 유능한 아이야. 내 만년필에게도 상냥할 거야.
고다이
-> 고다이 주제에 비싸고 국내에서는 구하기도 어려운 제이허빈 1670.
...아 물론 저는 고다이를 좋아합니다. 많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허빈은...정말 비싸...
시뻘건 피색에 금테 도는 게 많이 고다이. 가격은 안 고다이.
고다이 잉크 정정. 디아망 Red Dragon.
뭐라 설명할 수는 없는데 이거 딱 보자마자 ...고다이! 했다.
경시청.
여긴_검은_잉크가_압도적이야.jyp
우스이
-> 파커 큉크 블랙.
쫀득하고 흐름이 좋았음. 농담은 조금 있는 편.
세척할 때 보니까 파란색 베이스로 쓴 것 같은데 실제로 쓸 때는 파르스름한...가? ?_? 싶은 회색으로 농담이 보임.
색만 보면 조금 ...?한데 쓰면서는 정말 아 이건 한 마리 야생의 우스이...싶었음.
츠쿠시
-> 오로라 블랙.
농담이 안 보일 정도로 진하고 쫀득거리고 매끄러운 검은색. Hㅏ...오로라 너라는 아이...
사실 몽블랑 미스테리 블랙도 고려해봤는데 몽선생보다 오로라 블랙이 어울리는 듯.
토도로키
-> 라미 블랙.
약간 묽은 편인데 마르기는 빨리 잘 마르는 편.
세필류 종결자 우스이로 써도 농담이 보이는데, 다른 톤은 아니고 그냥 회색으로 빠지는 느낌.
개인적으로는 파커 큉크랑 비슷한 느낌. 우스이로 쓰면 사정 없이 종이를 긁어대는 부분이 싱크로 1000%.
히구치
-> 이거다! 싶은 잉크 없어ㅠㅠㅠ
디아망 셔우드 그린이나 제이허빈 베르 엄피르를 좀 말려서 어둑어둑하게 빼면 히구치 나올 것 같은 느낌.
이시가키
-> 써본 적은 없는데 세일러 극흑.
이놈이 사실 가루라서 마르고 나면 물을 뿌려도 절대 지워지지 않아요. 엑스트라 질겨요. 생명력 종결자.
글씨 쓰면 인쇄한 퀄리티로 나오고 진하기도 진하다는데 중요한 건 진짜 생명력. 세척 안 하면 만년필을 사망시키고 제가 살아남는 생명력. 한없이 이시가키.
형사님
-> 혼자 검은 잉크 아닌 형사님. 요즘 제 no.1 주력 잉크 누들러 렉싱턴 그레이.
병째 보면 거의 검은색인데 실제로 써보면 약간 어둡지만 분명히 회색.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이고, 농담 살펴보면 가끔 올리브 느낌도 도는 웜그레이.
쿨톤 도배!!!일 것 같은 인간이 사실 웜그레이라서 식겁했던 내 마음을 반영하기라도 했는지 분명히 웜그레이인데 그냥 보면 차갑게 보인다는 점이 포인트.
누들러가 전반적으로 묽고 흐름이 좋고 농담이 잘 나오며 가격 대비 용량이 짐승...인데 중요한 건 다른 부분. 착색이 잘 됩니다. 무슨 뜻이냐면 주변 사람들을 잘 물들인다는 거죠. 이 부분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사즈카 에이시.
더해서 농담이 쩔어주기는 하지만 거...색이 따로 돌거나 테가 생기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거의 까만 어두운 회색에서 엷은 회색까지 무슨 짓을 해도 회색은 회색이라는 점에서 역시 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사즈카 에이시 22222
우스이-사사즈카와 우스이-히구치의 관계에 대해.
우스이가 사사즈카에게 계속 잔소리를 하는 건 '나는 아직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사 표시.
저 나이 먹어서 뭘 크게 바꾸기가 어렵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이놈은 더더욱 안 된다. 그렇다고 아예 포기하고 네 멋대로 엇나가라고 내버려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히구치에게 잔소리를 하는 건 히구치는 아직 덜 글러 먹었기 때문에.
우스이-히구치의 관계는 대학 시절의 우스이-사사즈카의 관계와 기분이 나쁠 정도로 닮아서, 사사즈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다.
우스이는 히구치가 사사즈카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감정적인 의미로도. 하지만 '이번에는' 하는 심리가 전혀 없느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히구치라고 그걸 모르는 건 아니라서, 사사즈카를 꺼리던 태도가 '뭐, 별로 상관 없겠지.'로 넘어간 건 그 영향이 있다. 알게 모르게.
저 마인의 긍정적인 감정...그러니까, 애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은 아무리 봐도 인간의 love나 like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 그렇게 보기엔 마인과 인간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다.
하지만 너와 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종 사이에선 불가능할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admire할 수 있는 거지. 너의 가능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너는 나와는 다른 노선으로 훌륭하며, 아마 나는 절대 이루지 못할(사실 그럴 생각도 없는) 것을 이룰 수 있으리라 인정하는 것이 네우로가 '진화할 가능성이 있는 인간'을 보는 시각이라 생각한다. 그 시작이 노예(가치 인정)요 끝이 23권의 파트너지.
음...적어도 우리 집 마계 조류는 그렇다.
난 그래서 야코가...카츠라기 야코라는 개인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에 더해서, '마인' 네우로와 마주보고 걸어갈 수 있는 '인간' 대표로서도 아주 인간적인 행복을 두루두루 다 누리고 뽕을 뽑도록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야코가 인간으로서 이룬 게 있어야 마인 노우가미 네우로도 더 나아갈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야코는 인간이니까 네우로보다 먼저 죽겠지. 야코가 죽은 뒤에도 네우로가 인간 세상을 돌아다닌다면 (섭식장애 조류가 되거나 마계 포털을 타는 게 아니라), 그건 아마 야코가 자기 가능성을 한껏 펼치고, 인생 살 걸 다 살아보고 만족스럽게 '인간'으로서 죽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 진화 가능성이 없거든. 참 많은 걸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사람인데 그럴 의지가 없어. You can lead a horse to water, but you can't make it drink...라고 하잖아.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그리고 마인의 시각에서, 인간에게 가장 유의미한 건 진화할 가능성인데...만약 그게 없다면 긍정이고 부정이고 간에 아예 감정이라고 할 것이 생기지 않을 것 아닌가. 그냥 유용한 말로 땡.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이에 수많은 nobody가 있기 마련이다. 형사님은 있으면 편하고 없으면 불편하니까 일단 챙기는 nobody.
네우로 라이센스판 번역에 대해서야 할 말이 차고도 넘치게 많지만, 개중에서도 제일 짜증...이랄지 화가 나는 건 야코의 '사사즈카 씨'라는 호칭이다. 나 이거 진짜 신경 쓰여.
일판에서야 笹塚さん이라고 부르지. '~さん'은 경칭이니까.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니잖아. '~씨'는 자기랑 동격인 사람이나 손아랫사람을 존중해서 부르는 호칭이니까 조심스러울 일이라고.
직장 상사가 부하를 '뫄뫄 씨'라고 부르고, 교수님이 학생을 '뫄뫄 씨'라고 부르고...그러는 거지. 나이나 지위가 많이 차이 나는 사람에게 '~씨'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미성년자->성인은 '~씨'라고 불러도 되느냐고 하는 것부터 아웃이고, 손아랫사람->손윗사람도 일단 아웃이지. 손아랫사람/손윗사람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서 좀 다르지만...
나는 일단 성인 대 성인 사이고 딱 위아래가 갈린 상황이 아니며 둘 사이에 어느 정도 친분이 있을 때(몇 번 이상 만났고 개인적으로 대화도 좀 했고...시간적으로는 1달 이상? 그것도 띠동갑 넘고 그러면 곤란하지) 상호동의하면 괜찮다고 보는 편이지만 서너살 이상 차이가 나면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고. 개중 예외가 둘이 사귀는 사이거나 결혼했을 경우...정도 되나.
어쨌거나 야코가 '사사즈카 씨'라고 부르는 거 마음에 안 든다. 우리나라에서 경칭은 이름+직위명이지 이름+씨가 아니다. 문화적 차이 고려 안 하고 그대로 번역하고 그러니까 '~씨'가 경칭이라고 생각하는 애들이 늘어나잖아; 내가 전에 중학생한테 '~씨' 소리 들어서 더 얼척이 없는 거 맞다. 하지만 이건 좀 위험하다고 생각해. '~さん'과 '~씨'는 일대일 대응 안 됩니다.
그러니까 요는 야코가 사사즈카 형사님이라고 불렀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우리 야코 착하다. 예의 바른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