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최고로 비참한 약 3시간(인터미션 포함)이었음.
작품 전반에 포함시키고 싶지 않아서 따로 뺌.
왜 까권을 얻었느냐면, 김준수의 존재로 인해 작품 자체의 질적 저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죽음은 등장 분량 100%가 망했음. 시각적으로. 일단 의상부터가 그쪽에 맞춘 아이돌 의상이었는데...보면서 굉장히 괴로웠다. 중간에 검은 망사 입고 나왔을 때엔 비명 안 지르려고 노력해야 했음.
그리고 안무랑 동선이 꼬였음. 마지막 춤에서 묘하게 무대 동선이 어그러지고 허전한 부분이 있다, 했더니 그쪽만 아이돌 안무로 춤을 춰댄다면서요? 죽음 등장하는 장면마다 앙상블 움직이는 동선에 비는 부분이 있더라니, 류정한 씨도 커튼콜 때 그 망할 안무 선보이십디다.
죽음 연장선. 죽음의 천사들...
의상을 죽음 의상에 맞췄는데, 끔찍할 정도로 아이돌 백댄서 수준이었어서 보기 괴롭기도 했고, 무대에서 정말 따로 동동 떠다니는 느낌이 있었음. 거기다 그 이상한 가발...죽음의 천사들이 다른 역으로 나올 때에는 그걸 묶고 나왔는데 뻣뻣하게 수세미처럼 삐쳐서 도저히 맨정신으로 볼 수가 없었다고. 그리고 날개 달고 돌아다니는 건 괜찮은데 왜 반대쪽은 맨팔...?
그리고 안무. 안무. 망할 안무. 정신 사납게 아이돌 댄스 선보이는 죽음의 천사들 어쩔 거야. 왜 그게 들어갔는지 알겠는데, 그거 김준수 캐스팅 안 했으면 아예 없었을 부분 아뇨? 죽음의 천사들이 아니라 죽음의 까마귀x6이었는데...정도가 있지.
옥주현 시씨는...일단 1막 끝날 때 내 감상은 그거였음. 왜 모든 장면에서 예쁘게 보이는 게 최우선? 무너질 부분에서 멀쩡하고 화낼 부분에서도 차분하고 전반적으로 맥아리가 없어서 1막이 덜 부푼 수플레 찌르는 슬픈 기분이 되더라.
그리고 대체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움직이는 게 전반적으로 너무...품위고 자시고 기품은 약에 쓸래도 찾아볼 수 없고 확확 뻐덩뻐덩하게 움직여서 굉장히 보기 싫었음. 당장 지하철에만 나가도 어제 옥주현보다 우아하게 돌아다니는 언니들이 수두룩하다. 황후는 고사하고 귀족 영애...는 무슨. 시장통 생선가게 아가씨 느낌이었다.
2막 넘어가니까 예쁜척은 덜한데, 너무 억척스럽고 우악스럽고 투박해서 섬세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더라. 그리고 이건 정말 큰 단점이라고 생각함. 내 취향은 차치해도 말이지...어떤 배역이든 그 배역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시씨는 평생 우울증에 시달렸고, 예민하고 섬세한 인간이었으며, 대본에서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대본만 읽어도 마이너스적인 기운이 팍팍 뿜어져 나오는데 존나 짱 센 옥주현이 크롸롸롸 울부짖었다!!!가 되면 곤란하지. Nichts에서는 아예 정신병원을 반으로 가를 기세였는데, 가사에서는 강한 '척'이라고 하니 이건...
그리고 Eljen이랑 Verschwörung 넣으면서 Hass! 뺐던 거 굉장히 마음에 안 든다.
루돌프가 프란츠 요제프에게 개기면서 했던 마지막 대사가 뭐였는데? 아버지가 거두는 건 증오 뿐이라고 하잖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나치 사이의 관계를 모르면 느낌이 확 죽는 장면이라는 건 인정하겠는데, 문제는 그게 2막에서 제일 크게 터트리는 장면이라는 거지. 쌓인 갈등이 거기서 펑 터져야 하는데 그게 빠지니까 기승승ㅈ..........................선에서 끝나고 굴곡이 없어졌어. 쌓인 불만이 '우리와 다른' 집단에 대한 적개심으로 터지는 건 누구나 겪어본 일 아닌가. 헝가리 독립극-_-으로 갈아탔다면 아예 그 노선으로라도 올려줬어야지 그 뒤에 루돌프가 Verschwörung에서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고 설득당하고 일을 치는 게 설득력이 생기는데, 그거 빠지니까 루돌프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얄팍해졌다. 나름대로의 고충이 싹 빠지고 무작정 아버지에게 개기는 쪽으로 흘러가는데 그거 굉장히 보기 싫었어.
번안 어려운 건 안다. 하지만 번역투는 좀 작작 쓰지? 심지어 그냥 대사로만 나오는 부분도 번역투 쏟아내는 거 굉장히 듣기 싫었고, 주술관계 안 맞는 것도 엄청 거슬렸다.
자세한 내용은 하나하나 깔 기력도 없으니까 넘기겠는데 '난 자유를 원해' 작작 좀 해라. Ich gehör nur mir 그대로 옮기면 나는 나만의 것 나오고 음절도 안 다르니까 적당히 섞어서 쓰면 훨씬 덜 어색했을 거다. 그리고 이건 전에도 한 말이지만 시씨가 마냥 자유만 찾았나? 내가 나의 것이라는 쪽이 중요하지 마냥 Freiheit!!!하지는 않았을 텐데?
인터미션 끝나고 트위터에 남긴 감상은 의상 3번 번안 2번 연출 1번 죽이자는 거였음.
2막까지 보고 나니까 그냥 제작진을 싹 다 거꾸로 매다는 편이 좋겠더라.